한국해양대학교 해양경찰학과장 이은방 교수
재난적 인명피해를 수반한 여객선 세월호 사고는 참담한 후진국형 인재사고이다. 아직도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는 학생들을 생각하면 안타깝고 비통한 마음 금할 길 없다. 그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이번 사고에서 얻어야할 교훈 몇 가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수백 명이 함께 승선하여 육지와 격리된 해상을 항해하는 여객선 자체의 위기관리능력이 전혀 안 보인다. 선장과 승무원의 가장 큰 임무는 어떤 상황에서도 승객과 선박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다. 선박은 비상시를 대비하기 위하여 국제협약(SOLAS)과 국내법에 의해 인명안전설비를 탑재하게 되어 있고, 언제든지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승무원은 주기적으로 훈련을 하게 되어 있지만 실제 비상상황에는 승무원도, 장비도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못했다. 형식적이고 절차적인 예방교육과 훈련에서 탈피하여 성과기반 예방활동으로 위험을 예지하고 선제적 대응역량을 제고해야 한다.
해양사고 원인은 선박요인, 항로요인, 자연요인, 운항자요인, 관리요인 등으로 분류할 수 있으나 대부분의 사고는 이들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다. 단순 책임전가형의 원인 조사보다는 유사사고 재발방지와 대책수립에 유용하도록 철저한 원인 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선장의 상황 오판이나 잘못된 의사결정이 막대한 피해를 야기한 주요 원인이겠지만, 해상교통안전관리, 선박운항교육, 해양안전문화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서해 훼리호 사건과 유사하게 막대한 인명피해가 다시 발생했다는 사실은 단일 선박안전 관리에서 입체적인 해상교통안전관리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객선과 유도선은 해양경찰청이, 화물선은 해양수산부가, 어선은 지방자치단체가 안전관리 주체로 분리되어 있는 안전관리체제는 해양활동의 안전을 담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도로교통은 버스, 트럭, 택시든 차종에 관계없이 경찰이 교통안전관리 조직을 두어 통합적으로 안전관리하고 있지 않은가? 또한 교통안전공단을 두어 대국민 홍보, 연구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도로교통의 안전문화를 선도하고 있지 않은가? 해상교통 안전관리도 통합적으로 수행해야하고 해상교통안전공단(가칭) 조직을 설립하여 해양교통안전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해양안전은 사회안전망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연 1,000만 명 넘는 여객선 수요에도 불구하고 여객선 안전운항관리 비용을 여객에게 전가시키고 있는 상황에서는 국민이 불안하다. 또한 연안 여객선사와 선장에게만 승객의 안전을 위임하는 것은 위험성이 너무 크다. 시내버스처럼 연안여객선도 국민의 활동을 지원하는 대중교통망임으로 준공영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선사의 이익이나 선박의 편의를 위해 더 이상 국민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대형 연안 여객선을 운항하는 항해사, 기관사의 자격조건을 상향하고 선교자원관리(Bridge Resource Management) 교육 등을 추가하여 상황판단과 리더십 배양을 통하여 위기관리역량을 제고해야한다. 선박운항자들의 작은 실수도 큰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해기교육의 품질향상에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로 인적사고를 경감해야한다.
세월호 사고가 막대한 인명피해와 더불어 해양가치창출 활동까지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해양은 광물, 에너지, 공간, 수산 등 자원뿐만 아니라 레저, 관광의 가치를 제공해 주는 포기할 수 없는 귀중한 공간이다. 해양활동의 위험요소와 특성을 이해하고 안전의식과 주도적인 참여 안전문화가 구축되면 안전하고 깨끗한 희망의 바다를 만들 수 있다. 육상에서 안전제일 운동인 녹십자 운동이 있듯이 해양에서 안전활동을 습관화하는 청십자 운동(가칭)이 시작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